
연구가 밝힌 AI의 이중적 영향
규제 장치 없이 인공지능(AI)을 에너지 시스템 전반에 도입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연간 최대 18억 톤 증가할 수 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2026년 8월 발표됐다.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둔 비영리 연구 프로젝트 인에블드 에미션 캠페인(Enabled Emissions Campaign)과 퍼듀대학교 연구진이 네이처 자매 학술지 'npj 클라이밋 액션(npj Climate Action)'에 게재한 이 분석은 AI가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양쪽의 생산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사실을 핵심 논거로 삼는다. 연구가 산출한 배출 증가 범위는 연간 4억7000만 톤에서 최대 18억 톤으로, 이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의 1.2%에서 4.8%에 해당한다.
재생에너지 생산성 향상이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보다 4~5배 이상 크지 않으면 순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사건의 핵심은 AI가 어느 쪽 에너지원의 경제성을 더 크게 개선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AI를 '양방향 생산성 증폭기(bidirectional productivity amplifier)'로 규정하며, 재생에너지의 출력 예측과 운영 최적화에서 비용 절감이 발생하는 동시에 석유·가스의 탐사·시추·정제 등 화석연료 공급망 전 단계에서도 단가가 하락한다고 설명한다. 이 비대칭 구조가 정책 개입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화석연료 분야의 비용 하락이 더 빠르게 진행되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탄화수소 자원까지 상업 개발 대상에 포함되고, 이는 배출량 증가로 직결된다.
연구의 수치 분석은 몇 가지 구조적 논거로 이어진다. AI가 탐사 효율을 높여 단가를 낮추면 매장 여건이 열악했던 유전과 가스전도 개발 가능 구간에 진입한다. 연료 단가 하락은 수요 증가와 장기 공급 계약 확대를 부추기고,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상대적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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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이러한 공급 측 개선이 정책적 제어 없이 시장에 반영될 경우 전 세계 연간 CO₂ 배출이 최대 18억 톤 증가할 수 있다고 산정했다. 이 수치는 현재 추진 중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 난도를 실질적으로 높인다. AI 효율화 효과가 기술적 성과에서 그치지 않고 제도적·경제적 결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도 주목할 만하다.
AI 기반 탐사·시추 최적화는 단위 생산비용을 낮추고 투자 수익률을 개선한다. 그 결과 기업은 추가 유전·가스전 개발을 추진할 유인을 확보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AI가 생산성 개선을 이끌더라도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으면 자본은 여전히 화석연료 쪽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바로 이 점을 근거로 재생에너지 효율 개선이 공급 측 화석 기술보다 최소 4~5배 이상 커야 순감축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AI 투자는 탈탄소 전환이 아니라 화석 인프라 연장에 기여하는 셈이 된다.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영향은 다층적이다. 한국은 전력 및 열 생산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높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크다.
AI가 산업 설비와 탐사·운영 효율을 높이면 국내 석유·가스 처리와 정비 비용이 낮아질 여지가 있다. 동시에 국내 전력망 최적화에 AI를 도입해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관리하면 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관건은 어느 방향에 더 많은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집중되느냐다.
지원이 공급 활성화로 기울면 단기적 비용 절감이 장기적 배출 증가로 귀결될 위험이 현실적이다.
공급·수요 구조에서 발생하는 재탄생 효과
AI가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체 전력 수요를 줄이고 배출을 낮출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 주장은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수요 측 효율화는 실제로 소비 프로파일을 개선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 그러나 연구는 공급 측 생산성 향상이 수요 감소 효과를 상쇄하거나 능가할 수 있음을 시나리오 분석으로 보였다. 기술의 순효과는 공급·수요 양측의 상대적 변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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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론이 간과하는 지점은 시장과 제도의 비대칭성이다. 화석연료 시장은 이미 성숙한 인프라와 투자 회수 구조를 갖추고 있어, 비용 하락이 곧바로 생산 확대로 연결되기 훨씬 쉬운 구조다.
구조적 함의는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AI는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자원 개발의 경계를 확장한다.
장기적으로 규제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기술 혁신이 기존 에너지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국제적으로는 기술 보급 속도와 규제 수준의 차이가 국가 간 경쟁력을 재편할 수 있다.
AI를 규제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응용을 장려한 국가와, 규제가 약해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의 이득을 화석 기업에 돌린 국가 사이의 간극은 투자, 무역, 외교·안보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 대응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AI 도입의 환경적 효과를 사전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규제 장치의 마련이다. 두 번째는 탄소 가격 책정과 화석연료 보조금 제거를 통해 AI로 인한 단가 하락이 자동으로 생산 확대를 낳지 못하도록 시장 신호를 조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R&D·설비 투자와 전력망 현대화를 통해 재생의 생산성 향상이 화석보다 유의미하게 커지도록 수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에너지법, 전기사업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관련 제도의 실행력과 연계하여 설계되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AI 기술 자체의 선악이 아니라, AI가 작동하는 제도적 환경이 배출 증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현재의 시장 구조 위에서 AI가 생산성 개선을 이끌면 화석연료의 경제적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은 단순한 우려가 아닌 계량 가능한 위험이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AI를 수단으로 활용하되, 생산성 개선의 방향과 파급 효과를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책이 이를 차단할 의지와 수단을 갖추지 못하면 기술적 진보는 배출 증가의 가속 변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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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없이 진행되면 한국 영향과 대책
에너지·산업 관련 법률 및 주의사항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투자·사업 의사결정을 대체하지 않는다.
에너지 분야의 투자·사업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고 관련 법령(에너지법, 전기사업법, 산업발전법, 탄소중립기본법)을 확인하여 최신 규제와 고시를 준수해야 한다. 기사가 제시한 시장 전망과 정책 효과는 연구 시나리오와 가정에 기반한 추정 결과다.
실제 결과는 정책·기술·시장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과거 실적이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FAQ
Q. 일반 시민이나 기업은 당장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경우 적용 영역과 배출 영향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AI 도입 전후의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성 변화를 측정할 체계를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기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에너지 효율화·저탄소 전환 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다. 시민 개인은 AI 서비스 이용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통해 배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급자의 재생에너지 전환 현황을 확인하는 소비자 행동이 장기적으로 유의미하다.
Q. AI 규제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A. 규제 설계는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되 환경적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AI 도입이 공급 측면에서 탄소 집약도를 낮추는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검증하고, 탄소비용 반영을 사전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규제는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무역·투자 측면의 역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인에블드 에미션 캠페인 연구진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생산성 4~5배 우위' 기준은 규제 벤치마크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구체성을 갖추고 있다.
※ 이 기사는 조선비즈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