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신소재 개발의 에너지·비용 영향 분석
스페인 IMDEA 재료 연구소의 마리아 테레사 페레즈 프라도(María Teresa Pérez Prado) 박사 연구팀이 2026년 2월 완료한 AM2SoftMag 연구는 전기모터 효율을 일부 응용에서 최대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소프트 자기 재료 기술을 제시했다. 2020년 기준 EU 전체 전력 소비의 50% 이상을 전기모터가 차지하는 구조에서, 이 수치는 단일 기기 수준의 작은 개선처럼 보여도 정책과 결합하면 연간 106TWh 전력 절감과 200억 유로 에너지 비용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7월 EU가 채택한 '전기화 행동 계획(Electrification Action Plan)'과 에코디자인 규제가 이 기술의 시장 진입을 가속하는 제도적 경로로 기능하고 있다.
공장 구석에서 돌아가는 수십 개 모터가 저속 회전에서도 끊임없이 전력을 소모하는 모습은 산업의 미시적 비용이 거시적 전력 수요로 누적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세탁기부터 대형 공장 설비, 전기차 구동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기모터는 현대 산업의 기저를 이루는 장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소재 연구의 파급이 단순한 기술 뉴스를 넘어 산업 전략의 문제로 전환된다.
페레즈 프라도 박사 연구팀은 EU의 지원을 받아 AM2SoftMag 이니셔티브를 통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핵심 원자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첨단 재료 설계에 집중했다. 연구진이 일부 응용에서 최대 5% 효율 향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단순히 전기 요금을 낮추는 차원이 아니다. 더 효율적인 모터는 전기차와 드론의 주행 거리를 늘리고 필요한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 있어, 배터리 원가 구조 자체를 바꾸는 연쇄 효과를 낳는다.
첫 번째 쟁점은 에너지·비용의 누적 규모다. 모터 효율이 1%만 개선되어도 산업·가전 분야 전반에서 연간 전력 소비가 수 TWh 단위로 줄어든다.
광고
최대 5% 향상이 현실화될 경우, EU 전체 수준에서 수십 TWh 단위의 절감이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에코디자인 규제와 연계하여 산출된 106TWh·연간 200억 유로라는 정책 추정치는 이러한 누적 효과를 기반으로 한다.
이 수치는 기업의 설비투자 타당성 분석과 정부의 정책 설계 모두에서 준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공급망 재편과 전략적 자율성이다.
현재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AM2SoftMag 연구가 제시한 소프트 자기 재료로의 전환은 영구자석 수요 일부를 대체할 여지를 열어준다. 단기적으로는 소재 교체 비용과 공정 전환 비용이 발생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발 공급 충격과 가격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한국 기업은 배터리·전기차 생태계에서 부품 조달 전략과 원가 경쟁력을 재산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미 진입했다.
희토류 의존도 축소와 공급망 재편의 기회
세 번째 쟁점은 기술 상용화와 산업 생태계 영향이다. AM2SoftMag 프로젝트가 재료 설계와 제조 기술을 함께 제시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재료 수준의 개선만으로는 대량 생산 단계의 비용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제조 공정 설계가 병행될 때 비로소 상업적 경쟁력이 생긴다. EU의 연구 지원에서 에코디자인 표준화·규제로 이어지는 정책 설계는 연구 성과를 시장으로 전환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한국의 산업정책이 참고할 만한 전형이다.
예상되는 반론도 존재한다. '최대 5% 향상'이 특정 응용에 한정된 수치이므로 범용적 적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신소재의 원가, 내구성, 제조 복잡도가 상업적 채택을 늦추는 현실적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규제와 시장 구조의 동시 작용을 간과한다.
광고
에코디자인처럼 제품 성능 기준을 법적으로 상향하는 규제가 시행되면, 기업은 단기 원가 비교만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 설계 변화를 검토하게 된다. 규제 압박, 경쟁 압력, 배터리 및 운영비 절감 효과가 결합되면 기술 전환은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될 수 있다.
한국 산업에 대한 시사점은 세 방향으로 정리된다. 한국의 전기차 및 전자기기 부품 제조사는 신소재 조기 도입을 위한 기술 파트너십과 파일럿 생산 라인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파일럿 단계에서 축적된 비용·품질 데이터가 있어야 대규모 설비투자 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소재 R&D 직접 지원에 그치지 않고, 규제·조달 정책을 통해 초기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조달 요건에 고효율 모터 기준을 반영하는 방식이 그 구체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은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재료·부품의 재활용·재생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 원료 확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활용 기술은 단순한 환경 정책 수단을 넘어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선택지가 분명해진다. 신소재와 관련된 장비, 공정, 테스트 인프라에 대한 초기 투자는 단기 수익률 지표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2030년 전후의 규제 강화와 글로벌 수요 패턴 변화를 3~7년의 중기 시계로 바라보면, 기술 리더십을 먼저 확보한 기업에 유리한 시장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는 재료 기술 보유 여부, 제조 확장성, 생태계 파트너십을 기준으로 기초 기술군과 응용 제품군을 분리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한국 산업의 대응 전략과 투자 시사점
장기적으로 이 변화는 글로벌 자원·산업 분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광고
희토류에 대한 기존 의존도가 낮아지면 중국의 공급 지배력은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소재·공정에 대한 지식 집약적 산업이 성장하면서 소재 원천 기술과 대량 제조 역량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한국은 원천 재료 개발 역량과 대량 제조 역량을 함께 확보해야 중간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빼앗기는 구조를 피할 수 있다. 유럽의 신소재 연구와 정책 조합은 에너지 비용 절감과 공급망 재편을 동시에 자극하는 사건이다. 한국 기업과 정책 결정자는 기술적 가능성(AM2SoftMag 연구의 일부 응용에서 최대 5% 효율 향상), 정책 추진 일정(2026년 7월 전기화 행동 계획 채택), 그리고 경제적 규모(2030년까지 연간 106TWh·200억 유로의 잠재적 절감)라는 세 가지 축을 기준으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
연구개발, 파일럿 생산, 조달 정책을 결합하여 소재 전환의 수혜자로 자리를 잡는 것이 지금 한국에 요구되는 구체적 선택이다. 과학·환경 관련 법률 및 윤리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대체하지 않는다.
과학·환경 관련 기술·정책·규제의 적용은 지역·시기·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법령과 국제 규범을 확인하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관련 법령으로는 환경정책기본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등이 적용될 수 있으며, 정책·제도 변경은 예고 없이 개정될 수 있다.
FAQ
Q. AM2SoftMag 연구가 제시한 '최대 5% 효율 향상'은 모든 전기모터에 적용되는 수치인가?
A. 그렇지 않다. 페레즈 프라도 박사 연구팀은 '일부 응용 분야'에서 최대 5% 향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모터의 설계 방식, 구동 조건, 적용 산업군에 따라 실제 향상 폭은 달라진다. 현재 단계는 연구 완료 수준이며, 상업 양산에 이르기까지 원가·내구성·제조 복잡도 검증이 추가로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은 '최대치'를 전제로 설비투자를 설계하기보다 파일럿 데이터를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Q. 한국 기업이 이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A. 우선 유럽 연구기관 및 소재 기업과의 기술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소프트 자기 재료의 파일럿 생산 데이터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데이터 없이 대규모 설비투자 결정을 내리면 원가·품질 리스크가 커진다. 동시에 정부 조달 정책에 고효율 모터 기준을 반영하도록 업계가 적극 제안함으로써 초기 내수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희토류 영구자석 대체 소재 연구와 재활용 공급망 구축을 병행해야 중국 의존도 감축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다.
Q. EU 에코디자인 규제가 한국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EU 에코디자인 규제는 2030년까지 연간 106TWh 절감을 목표로 전기모터를 포함한 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한국산 전기차 부품, 산업용 모터, 가전 제품이 EU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럽 시장 접근이 제한될 수 있으며, 반대로 기준을 선제적으로 충족한 기업은 규제 강화 시점에 경쟁자를 따돌리는 진입 장벽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EU 에코디자인 기준은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 한국 기업의 선제 대응이 국내 시장에서도 유리한 포지션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The European Sting 보도(2026년 9월 2일)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