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성능만 좋아서는 부족하다. 안전성과 품질을 검증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에는 인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분류에 들어맞지 않는 기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명테크가 전기 바닥난방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 적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것도 이 문제였다. 시공 현장에서는 인증을 요구했지만 정작 해당 기술을 온전히 담아낼 인증 체계가 마땅치 않았다.
기술이 제도보다 먼저 움직인 셈이다.
삼명테크가 경험한 기술 인증 제도 장벽은 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넘어선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평가하고 시장에 진입시킬 것인가라는 한국 산업의 오래된 질문과 맞닿아 있다.

1. 기술을 증명해야 했지만 기존 인증의 어느 칸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건설·설비 현장에서 인증은 사실상 기술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새로운 방식이라도 객관적인 기준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삼명테크가 마주한 문제는 기술 자체의 부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제도의 분류 방식이었다.
삼명테크가 개발해온 난방 시스템은 기존의 일반적인 제품 분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었다. KS 인증, 건설신기술, 일반적인 전기제품 가운데 어느 하나의 틀만으로 기술 전체를 규정하기 어려웠고, 현장에서는 인증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기술을 만들었는데 그 기술을 평가할 ‘칸’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혁신 기술 인증이 가진 역설을 보여준다. 인증은 시장의 안전과 신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기존 기준만 고집하면 오히려 혁신의 시장 진입을 늦추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2. 이후 쌓인 인증과 공공시장 실적은 기술이 없어서 막힌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삼명테크의 이후 행보를 보면 이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1981년 현대 인테리어로 출발한 삼명테크는 2000년 법인 설립 이후 난방용 전열관과 전기 바닥난방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왔다. 국내 특허 등록을 비롯해 ISO 인증과 UL·CE·TR-CU 등 해외 인증, 미국 특허 등록, 녹색기술 인증 등 기술 신뢰도를 입증하는 이력을 축적했다.
공공시장에서도 조달청 우수제품 선정, 계약이행실적 평가 우수등급, 군 우수상품 시범사용 대상 선정 등의 실적을 쌓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증의 숫자가 아니다.
초기에 기술 인증 제도의 빈틈과 마주했던 기업이 결국 여러 검증 절차를 통과하며 시장에서 기술을 증명해왔다는 점이다. 기업의 기술 개발 속도와 제도의 분류 속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혁신은 종종 기존 분류표 밖에서 태어난다.

3.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라면 ‘없는 인증’을 만드는 길도 열려 있어야 한다
신산업과 융복합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는 시대에는 기술의 경계도 흐려진다. 건설과 전기, 에너지와 스마트홈처럼 서로 다른 산업 영역이 하나의 제품과 시스템 안에서 만나는 경우도 늘어난다.
그럴수록 혁신 기술 제도 장벽의 문제는 중요해진다.
기업에 안전성과 성능을 입증할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인증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기관에서 어떤 절차로 검증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경로 역시 필요하다.
삼명테크가 걸어온 길은 기술기업의 경쟁력이 연구개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을 만들고, 증명하고, 제도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야 비로소 시장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제도는 혁신을 무조건 통과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검증할 길을 열어주는 제도다.
기술이 먼저 도착했다면 제도도 그 기술을 평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간격을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결국 새로운 산업의 속도를 결정한다.
삼명테크는 이 척박한 상황 속에서 끝없이 길을 찾아내 돌파하고 있는 산 증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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