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봉사가 당연해지는 순간, 봉사자는 서럽다
감사와 배려가 함께하는 봉사문화를 생각하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늘처럼 마음이 무거웠던 날도 드물었다.
나는 오랜 시간 장애인 목욕 봉사와 독거 어르신 반찬·목욕 봉사, 한부모가정 지원 등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여러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활동 가운데 하나가 어르신들을 위한 아침 체조 봉사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선택한 일도 아니었다. 어르신들이 조금 더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시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몸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현장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약 두 달 동안 체조 봉사를 쉬어야 했다. 몸을 회복한 뒤 다시 현장에 나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근력운동은 가능하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때 한 어르신께서 화를 내듯 말씀하셨다.
“누가 몰라서 안 하나? 강사님은 왜 그렇게 자주 쉬어요? 여름방학을 그렇게 오래 해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정해진 계약에 따라 비용을 받고 진행하는 수업이었다면 일정에 대한 의견이나 불만을 충분히 말씀하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내 시간과 재능을 내어 봉사해 왔고, 이번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잠시 쉬었던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서운함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봉사는 언제부터 누군가에게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가 되었을까?’
다행히 곁에 계시던 다른 어르신께서 “강사님이 봉사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나서주셨다. 결국 두 어르신 사이에 언쟁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같은 상황에서도 한 사람은 감사함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자신이 받지 못한 것을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
복지의 권리와 봉사의 마음은 구분해야 한다
복지와 공적 지원은 국민이 감사하다고 말해야만 받을 수 있는 시혜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책무다. 따라서 복지 수혜자에게 일방적인 감사나 인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공적 복지와 개인의 자발적인 봉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봉사는 누군가의 의무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능력, 마음을 이웃과 나누는 자발적인 행동이다. 복지는 제도로 운영되지만, 봉사는 사람의 선의와 참여를 바탕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가 지속되려면 봉사자와 봉사를 받는 사람 사이에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무조건 감사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지만, 봉사자의 희생을 당연한 권리처럼 요구하는 문화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감사는 강요할 수 없지만, 존중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봉사자도 아프고 지칠 수 있는 사람이다
봉사자 역시 사람이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이 생길 수도 있으며, 오랜 봉사에 지칠 때도 있다.
그런데 봉사자의 헌신을 언제든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처럼 여기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온 봉사자조차 지쳐서 떠날 수 있다. 결국 봉사자의 이탈로 인한 피해는 다시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좋은 마음만으로 봉사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봉사자의 선의가 소진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봉사를 받는 사람도 그것이 한 사람의 귀한 시간과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지원과 독거 어르신 돌봄, 취약계층 지원 등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복지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예산을 줄이자는 뜻이 아니다. 지원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피는 한편, 공동체 의식과 상호 존중을 키우는 교육과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하자는 것이다.
복지의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복지를 둘러싼 관계의 건강성이다.
따뜻한 공동체는 존중에서 시작된다
오늘의 일을 겪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침 체조 봉사를 계속해야 할까, 이제 그만해야 할까?’
한 사람의 말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온 봉사를 모두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 “봉사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해주신 또 다른 어르신도 계셨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는 상처받은 봉사자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의 봉사는 무조건 참고 희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봉사하는 사람과 봉사를 받는 사람이 서로의 형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봉사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봉사는 당연히 제공되는 의무가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과 재능, 마음의 일부를 이웃과 나누는 귀한 실천이다.
복지가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제도라면, 감사와 존중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이다. 제도만으로는 따뜻한 공동체를 완성할 수 없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할 때 비로소 복지도, 봉사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좋은 복지사회는 지원금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봉사의 손길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도움받는 사람의 존엄도 잊지 않는 사회, 서로의 수고를 알아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한 공동체다.
나는 다시 아침 체조 봉사 현장에 설 것인가.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완전히 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선다면, 그것은 당연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감사할 줄 아는 공동체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한백세웃음체조연구소 소장 이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