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CEO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뛰어난 언변이나 풍부한 경영지식,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떠올릴 수 있다. 모두 CEO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그러나 이 모든 능력이 실제 경영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하나의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CEO의 하루는 선택의 연속이다. 신제품을 출시할 것인지, 투자를 확대할 것인지,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것인지, 가격을 올릴 것인지, 신규시장에 진출할 것인지, 실적이 부진한 사업에서 철수할 것인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영 의사결정이 충분한 정보가 확보된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은 계속 움직이고 고객의 취향은 달라지며 경쟁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CEO는 불완전한 정보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CEO는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에 가깝다. 매출이 감소했을 때 단순히 “어떻게 더 많이 팔 것인가”라고 묻는 것과 “고객은 왜 우리 제품을 선택하지 않기 시작했는가”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첫 번째 질문은 광고나 판촉 확대라는 답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두 번째 질문은 상품의 경쟁력과 가격, 서비스, 유통채널, 고객경험까지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질문이 달라지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경영전략도 달라진다.
숫자를 읽는 능력 역시 CEO의 판단에서 빼놓을 수 없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원가율, 재고회전율, 현금흐름, 고객 재구매율 등은 기업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숫자가 좋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경영이 좋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늘었더라도 과도한 할인판매로 이익률이 떨어졌다면 실속 없는 성장일 수 있다. 매출은 크게 증가했지만 외상거래가 늘어나 정작 회사에 현금이 부족하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CEO는 “얼마나 팔았는가”에서 질문을 끝내서는 안 된다. “얼마가 남았는가”, “현금은 실제로 들어왔는가”, “고객은 다시 구매하고 있는가”, “이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가”까지 확인해야 한다. 숫자를 보는 것이 관리라면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원인과 변화를 읽는 것이 경영이다.
요즘처럼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는 의사결정의 속도도 강조된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경쟁자보다 먼저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속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빠른 결정이 항상 좋은 결정은 아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 달리는 것은 오히려 기업을 더 큰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CEO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빨리 결정하는 능력이 아니라 빨리 결정해야 할 문제와 충분히 검토해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광고 문구를 바꾸거나 온라인 판매방식을 시험하는 것처럼 결과를 보고 쉽게 수정할 수 있는 결정은 빠르게 실행해볼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설비투자나 신규사업 진출, 인수합병처럼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사안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가진 속도’다.
이러한 판단력은 대기업 CEO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동네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도 자신의 사업을 책임지는 CEO다. 가령 한 음식점이 손님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 메뉴를 30개까지 늘렸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메뉴가 많을수록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재료 종류가 늘어나고 재고 폐기가 많아졌다. 조리과정은 복잡해지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커졌다.
이때 사장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광고비부터 확대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메뉴별 판매량과 원가, 주문 빈도, 재료 폐기량을 분석해 수익성이 낮고 관리 부담이 큰 메뉴를 과감하게 정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메뉴를 30개에서 15개로 줄이더라도 핵심 메뉴의 품질을 높이고 조리시간을 단축하며 재고 손실을 줄인다면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좋은 경영은 무엇인가를 계속 추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영이다.
CEO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일 필요도 없다. 회계와 재무, 마케팅, 생산, 인사, 기술, AI까지 한 사람이 모두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권한을 맡기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CEO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이 커질수록 CEO에게 좋은 이야기만 전달될 가능성도 커진다. 리더가 반대 의견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점차 침묵하게 된다. 직원들이 침묵하면 CEO는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CEO는 “내 생각이 맞는가”만 묻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결정이 실패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이라면 이 결정을 어떻게 바라볼까”라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는 시장자료를 빠르게 분석하고 매출을 예측하며 고객의 행동 패턴을 찾아내고 여러 사업 시나리오를 비교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며칠씩 걸렸던 정보 분석을 짧은 시간에 수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제공하는 분석 결과와 CEO가 내려야 하는 최종적인 경영 판단은 같은 것이 아니다.
경영에는 숫자로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원과의 신뢰, 고객과의 약속, 기업의 사회적 책임, 브랜드의 장기적인 평판, 조직문화 등은 단기적인 수익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AI가 가장 높은 수익 가능성을 가진 선택지를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기업에 가장 좋은 결정이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어떤 선택이 기업의 철학과 장기적인 성장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능력을 하나만 꼽는다면 결국 ‘판단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판단력은 타고난 감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장을 직접 보고, 숫자를 확인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각이 틀릴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CEO라고 해서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그것을 얼마나 빨리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느냐다. 자신의 결정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강한 리더십이 아니다.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정보가 확인됐다면 기존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용기도 CEO에게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자본이고 기술이며 사람이다. 그러나 그 자본과 기술과 사람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CEO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모든 것을 아는 CEO보다 제대로 질문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며, 결정해야 할 순간에 책임 있게 선택하는 CEO를 필요로 한다.
좋은 CEO란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 진정한 CEO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