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펄 벅

사람의 얼굴은 달라도 인간의 마음은 서로 닮아있어

 

[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펄 벅

 

안녕하세요. 마음의 쉼이 필요한 그대에게 빛처럼 살다 간 영혼들의 편지를 전하는 영혼지기 ‘자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마음이 잠시 비어 있다면 그 틈으로 영혼의 편지를 함께 열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소설 《대지》를 썼고 한국은 고상한 국민들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라는 말을 남겼으며 미국의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 벅이 보내온 편지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에서 자랐습니다.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어보다 먼저 중국어를 익혔습니다. 내게 중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었고, 중국의 흙냄새를 맡으며 자랐습니다. 서양의 눈으로 동양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동양의 삶 속에서 서양을 바라보는 사람이 된 셈이지요. 아마 그것이 훗날 내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1920년, 나는 미국에서 존 로싱 벅과 결혼했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중국 농촌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가난한 농민들의 삶, 가족을 위해 흙을 파고 땅을 일구는 사람들,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내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삶을 썼습니다.

 

1931년에 발표한 『대지』는 중국 농민 왕룽의 삶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땅을 얻고, 가족을 이루고, 부자가 되고, 다시 인간의 욕망과 운명 앞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것을 중국 이야기라고만 읽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달라도 인간의 마음은 서로 닮아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1938년, 나는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미국 여성으로서는 최초였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성공한 작가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나는 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만났던 수많은 얼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문학이 되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나를 세계로 데려갔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단순히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캐럴이라고 불렀습니다. 캐럴은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통해 다른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평생 인종과 장애, 가난과 차별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나는 한국에도 여러 번 갔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살아있는 갈대’를 썼지요. 그리고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한 소설 ‘새해’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와의 교분도 있었는데, 훗날 내 작품에 '김일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소와 짐을 나눠서 지고 가는 농부와 까치의 겨울 식량으로 남겨 놓은 감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는 1973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내가 남긴 이야기는 아직도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닙니다. 『대지』의 사람들은 중국에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도 땅을 일구는 사람,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내려놓는 사람,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가난과 싸우는 사람,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등 그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대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습니까.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그의 말투와 피부색과 장애와 가난과 국적을 먼저 보고, 그 안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나중에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믿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이해하려 했던 펄 벅이 그대에게 이 편지를 띄웁니다.

 

  

이 편지가 그대에게 잘 전달되었겠지요. 이 편지를 덮는 순간에도 그대의 마음 한켠에 남은 작은 울림은 그대의 하루를 따뜻하게 해줄 것입니다. 저는 영혼지기 ‘자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9.14 09:31 수정 2026.09.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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