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웅(雌雄)의 생식기를 겸해 가진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켜 우리말로 어지자지라 한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어렸을 때 하던 어린이 놀이 가운데 두발로 번갈아 차는 제기를 어지자지라 불렀다. 우리말 사전에 보면 자웅도태(雌雄淘汰)란 말이 있는데 동물이 제 짝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데서 생기는 자연도태를 뜻하고, 짐승 곤충 등 수컷의 빛깔과 소리가 아름답고 뿔 촉각이 발달된 것은 이 결과라고 한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한 권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남녀에 관한 서적으로 그 제목도 그럴듯하게 ‘남자와 여자’이다. 장관직을 지낸 언론인 프랑솨즈 지루와 철학자며 극작가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 두 사람이 섹스, 질투, 여권주의 페미니즘, 정절과 결혼에 관해 두서없이 나누는 이야기 만담집이다. 출간된 지 일주일도 못 돼 8만부 이상이 팔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각종 잡지와 TV 프로에서 크게 다루어졌던 책이다.
한번 결혼했다가 1950년대에 이혼한 지루 여사는 “정절을 지키기에 한평생은 너무 길다”면서 한 쌍의 부부나 연인 사이에 식지 않는 애정에 따라서 서로에게 정절을 지킬 수 있는 기간이란 고작 길어봤자 15년이 그 한계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혼에 두 번 실패한 앙리 레비 씨는 한평생 못 갈 이유 없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남녀 사이에 육욕을 떠난 정신적인 사랑만으로 연애가 가능하다고 그 당시 76세의 지루 여사는 믿었는데 당시 44세의 앙리 레비 씨는 그런 ‘플라토닉한 사랑’이란 웃기는 말이란다. 그는 말한다.
“사랑은 결코 플라토닉한 것이 아니다. 한 여인을 간절히 원하는 격렬한 욕망 없이 그 여인을 사랑할 수 없다. 남녀 간의 애정이 아닌 우정이란 있을 수 없고 이 두 가지가 애매모호하게나마 혼합되어있지 않은 관계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무용지물이다”
참으로 정열적인 사랑은 한평생 동안 두 번 아니면 많아야 세 번까지 가능하리라고 그녀는 말한다. 천만의 말씀, 열두 번이라도 가능하다고 그는 대꾸한다. 이 밖에도 성적인 매력에 대해서 두 사람의 견해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장 폴 사르트르같이 지적으로는 한없이 매력적이라 해도 그처럼 못생긴 남자는 사랑할 수 있기는커녕 쳐다보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도록 싫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천하의 추녀한테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노라고 그는 실토한다. 사람이나 물건을 볼 줄 아는 감식가라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듯이 욕망이란 묘하고 이상야릇한 것이라서 그 어떤 음성, 실루엣 그림자, 성씨, 이름, 미소, 이미지상, 모습 꼴, 말씨, 심지어 천박비속한 쌍스러움까지도 더할 수 없이 자극적으로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사건건 이견을 나타내는 두 사람도 한 가지에 관해서 만큼은 동감이다.
“우리 사회와 문학에 있어 사랑은 유일하게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불완전한 대로 남녀관계는 이 세상에서 최선의 것이다.”
몇 년 전 미국의 광고 잡지, 대학신문, 뉴욕타임스지 등에 아주 색다른 광고가 났었다. 미국 굴지의 광고대행업체인 J월터 톰슨 북미주사에서 창의성 있는 인재를 찾는 광고 문안으로 8개 시험문제를 내놓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7번 문제가 흥미로웠다.
문제 #7: 과거 수백 수천 년을 두고 ‘하트’는 사랑을 상징해 왔다. 그러나 사랑이 변질된 오늘날, 이 변질한 사랑의 새 상징이 필요하니 고안 제시해 보시오.
이 한 문제에 대해서만 응답 응시할 수 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답안을 작성해보겠노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일체 만물은 음양이기에 의해 생장 소멸하고, 오행 중 목, 화는 양에, 금, 수는 음에, 토는 그 중간에 있어 이것들의 소장(消長)으로 천지의 변이, 재복, 길흉이 얽힌다는 동양의 음양오행설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산과 계곡, 요철(凹凸) 오목함과 볼록함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속된 말로 자지는 보지를 위해, 보지는 자지를 위해 있지 않은가. 어지자지가 아니라면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생리적으로도 중년 이후에는 남자 몸에는 여성 호르몬이 늘어나고 여자 몸에는 남성 호르몬이 늘어나 음양쌍보(陰陽雙輔) 한다지 않나. 남녀가 서로 뜻이 잘 맞는다는 음양배합(陰陽配合)이든 음과 양이 서로 합하지 않는다는 음양상박(陰陽相薄)이든 ‘나’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편파적인 세태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너’를 위하고 ‘우리’ 모두를 살리는 평화스럽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티끌 한 점 없는,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 ‘소녀의 순정’을 간직한 ‘코스모스’를 사랑의 새로운 상징으로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심어주고 싶다.
이 ‘코스모스’의 맑음과 청초함과 순결함을 통해 암흑과 혼돈, 전쟁과 분단, 분열과 파탄의 카오스를 탈피하여 온 세상천지를 우리 모두 잘살 수 있는 코스모스 동산으로 만든다면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는 가슴 ‘사슴’이 되어 노루같이 뛰어놀 수 있을 것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