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 방위 개념이었던 ‘남구’라는 명칭을 버리고 고유의 역사적 지명을 되찾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가 출범한 지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늘날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완전히 안착한 미추홀구의 탄생은 단기간에 이뤄진 일시적 변화가 아닌, 오랜 시간 지역사회에 쌓여온 정체성과 주민들의 공감대가 결실을 본 지방자치 사례다. 미추홀이라는 지명의 역사적 유래와 명칭 변경이 추진됐던 과정을 다시금 짚어본다.
행정구역 변경 이전부터 이어진 ‘미추홀’의 유래와 상징성
‘미추홀’은 행정구역명이 공식 변경되기 이전부터 이미 인천과 남구를 대표하는 주요 브랜드이자 고유 지명으로 상시 활용돼 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미추홀 전국 시조창작 경연대회’나 ‘미추홀 미술대전’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행사의 명칭으로 적극 사용됐으며, 인천시 역시 2006년부터 수돗물 브랜드로 ‘미추홀참물’을 채택하는 등 도시 상징물 전반에 미추홀이라는 지명을 지속해서 반영해 왔다.
특히 남구 지역을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과 시설에서도 일찍부터 ‘미추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반영해 왔다.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는 2008년 개소 당시 명칭은 남구노인인력개발센터였으나, 남구의 대표 브랜드 슬로건으로 ‘미추홀’을 혼용·활용해 왔다.
미추홀도서관은 1922년 개관한 인천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인천시립도서관이 남동구 구월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2009년 ‘인천광역시 미추홀도서관’으로 대표 명칭을 변경했다.
미추홀 근린공원은 2009년 8월 13일 준공돼 주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3월 개교한 인천 최초의 공립 외국어고등학교에는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라는 명칭이 채택됐으며, 2011년 12월 1일에는 인천광역시의 대표 종합 민원 콜센터인 ‘120 미추홀콜센터’가 운영을 시작했다.
이처럼 ‘미추홀’이라는 명칭은 행정구역 명칭 변경 논의가 본격화되기 훨씬 전부터 공공 영역과 주민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15년 정체성 찾기와 명칭 변경 추진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방위 개념의 자치구명을 고유 지명으로 바꾸기 위한 행정적 논의는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2015년 1월 12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시정 운영의 주요 방향으로 ‘인천의 정체성 찾기’와 ‘인천 가치 재창조’를 선언하고 ‘인천 가치 재창조 추진단(TF)’을 구성해 과제 발굴에 나섰다. 이에 발맞춰 남구 역시 2015년 3월 2일 역사·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지명 회복을 목표로 구명 변경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
이어 2015년 5월, 남구·동구 합동 토론회와 함께 ‘구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구명 변경을 위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
특히 ‘미추홀’은 당시 새롭게 등장한 명칭이 아니라 수십 년간 문화·예술 행사와 공공시설, 도시 브랜드 등에서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유 지명으로 폭넓게 사용돼 왔다. 이 때문에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2015년 5월 무렵에는 남구의 새로운 명칭이 향후 ‘미추홀’로 변경될 가능성을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민 동의와 법적 절차를 거친 결실
이후 명칭 변경은 주민과 전문가의 참여 속에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2015년 12월 남구는 동구, 서구와 함께 ‘자치구 명칭변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박덕유 교수 등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여론조사와 공론화 과정을 이어갔다.
2017년 3월에는 ‘미추홀구’와 ‘주안구’를 후보로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우편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미추홀구(彌鄒忽區)’가 새로운 명칭으로 확정됐다. 이후 국회 법률 제정 절차를 거쳐 2018년 7월 1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가 공식 출범했다.
남구에서 미추홀구로의 명칭 변경은 행정구역의 이름을 바꾸는 것과 함께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역사적 지명을 공식 행정명칭으로 되살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문화·예술 행사와 공공시설, 도시 브랜드 등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미추홀’이라는 이름에 주민들의 공감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 찾기 노력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미추홀구가 탄생했다.
2018년 출범 이후 8년. ‘미추홀’은 이제 과거의 지명을 넘어 인천의 한 자치구를 나타내는 공식 명칭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이름이 만들어진 과정을 되짚어보는 것은 지역의 행정구역 변천뿐 아니라 인천이 오랫동안 이어온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