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때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대용량 제품이다.
같은 제품이라면 작은 포장보다 큰 포장을 사는 것이 당연히 저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물가 시대의 장보기 공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용량이라고 해서 언제나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 대용량 제품은 포장비와 유통비를 줄일 수 있어 소용량 제품보다 단위당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 판매하는 상품 역시 소비자에게 ‘많이 사면 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최근 유통시장의 가격 구조와 할인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제품 크기만 보고 경제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500g짜리 제품이 5000원이고 1㎏짜리 제품이 9500원이라면 대용량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100g당 가격이 각각 1000원과 950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 제품이 1만1000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겉으로는 두 배 많은 제품이지만 단위가격은 오히려 소용량 제품보다 비싸다.
따라서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포장의 크기가 아니라 ‘단위가격’이다. 식품이라면 100g 또는 100㎖당 가격, 생활용품이라면 개당 또는 사용량당 가격을 비교해야 실제 어느 상품이 경제적인지 알 수 있다.
할인행사도 마찬가지다. ‘1+1’, ‘2+1’, ‘묶음 할인’, ‘대용량 특가’라는 문구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할인 전 가격이 얼마였는지, 낱개로 구입할 때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따져보지 않으면 실제 절약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필요한 수량보다 많이 구매하게 만드는 할인은 오히려 가계 지출을 늘릴 수도 있다.
특히 식품은 소비기한을 고려해야 한다. 대용량 채소나 과일, 우유, 육류 등을 저렴하게 구입했더라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린다면 단위가격이 아무리 낮아도 경제적인 소비라고 보기 어렵다. 20% 저렴하게 구입한 상품의 30%를 버린다면 결과적으로 절약 효과는 사라지는 셈이다.
1인 가구와 소규모 가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이 많았던 시절에는 대용량 제품을 구입해도 비교적 빠르게 소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 또는 두 사람이 생활하는 가구에서는 대용량 식품을 모두 소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보관 공간과 냉장·냉동 비용까지 생각하면 무조건 큰 제품을 고르는 소비습관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상품 가격만 보면 저렴해 보이지만 배송비가 추가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어 필요하지 않은 상품까지 장바구니에 넣는 경우가 있다.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2만원을 더 쓰는’ 역설적인 소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는 할인율보다 최종 지출금액을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30% 할인된 5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사지 않는 것이 더 큰 절약이다. 할인은 돈을 쓰게 만드는 판매전략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격 인상과 함께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역시 단위가격 확인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판매가격은 그대로지만 제품 중량이나 개수가 줄었다면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단위당 가격은 상승한 것이다. 예전에 구입했던 제품과 가격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물가가 지속될수록 소비자는 ‘가격이 싼 상품’을 찾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구매가격, 단위가격, 실제 사용량, 보관 가능 기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쿠폰이나 카드 할인, 적립금 등이 있다면 최종 결제금액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장보기 전에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미리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장고와 식품 저장공간을 먼저 확인하면 중복 구매를 줄일 수 있다. 대용량 제품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세제나 화장지처럼 소비량이 일정한 상품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신선식품처럼 쉽게 변질되는 제품은 필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
고물가 시대의 새로운 장보기 공식은 ‘큰 것이 싼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사용하는 것이 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제 ‘얼마에 샀는가’만 묻기보다 ‘얼마나 사용했는가’를 따져야 한다. 대용량과 묶음상품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실제 가격을 살펴보고 자신의 소비량에 맞춰 구매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장바구니 물가가 부담스러운 시대, 진짜 절약은 많이 사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사고, 단위가격을 비교하고, 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용하는 것. 이것이 고물가 시대에 달라져야 할 새로운 장보기 공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