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문학계간지 ‘창작과 비평’ 2020년 가을 호에 실린 공선옥(1963) 작가의 단편 소설로 코로나가 시작된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갖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예민해진 남편, 재택근무 중인 작은 딸, 여섯 살인 큰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햇살이 눈 부신 날, 배롱나무에 꽃망울이 잡힐 때 화자는 배롱나무 집이 떠오른다. 화자는 어린 시절, 산골 마을이었던 고향의 배롱나무 집에서 있었던 어떤 가족의 의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몇 번이고 말하려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자기 사촌오빠와 재혼한 고등학교 동창 ‘현주’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처음에 그들은 카페를 간다. 거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로부터 핀잔과 항의를 받는다. 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불렀을까. 현주가 아들과 통화를 한 후다. 그들은 옛날에 갔었던 식당으로 가나 식당은 없어졌고 결국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맥주를 마신다. 현주는 이번에 남편과 통화를 한다. 현주는 다시 노래를 부른다.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여기에서 화자인 ‘나’와 친구 현주가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른 상황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나’는 집에서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주변인이다. 이야기를 꺼내면 빨리하라고 재촉하고 아무도 성의 있게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친구 현주는 재혼한 남편과는 갈등이 있고 운영하던 식당은 코로나로 망했다. 둘 다 세상의 주변인이다.
카페와 편의점에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코로나 시대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그것도 마스크를 벗었으니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해서는 안되는 짓들을 한다. 주인공인 화자와 친구 현주는 이미 가족들로부터 단절된 상태에서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로 단절이 덧씌워졌다. 그런 상태에서 남편과의 관계도 불편하고 식당도 망하고 아들과의 관계도 불편한 등장인물 중 약자인 현주가 화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둘 사이에 연대가 형성된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거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남의 소리에 관심이 없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 같은 시간을 살고 같은 공간을 살고 있는 가족끼리도 친구끼리도 연인끼리도 점점 세상은 닫혀간다. 하물며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생각은 있을까. 자기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같지 않으면 ‘드르륵’ 내려버리는 셔터 같은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
지금 우리는 부부 사이, 연인 사이, 친구 사이임에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임에도 실제론 쇠창살 없는 영창에 마음을 가둔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물녘,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지만, 곧 어둠이 내리깔릴 시간을 암시하는 노을처럼 마음이 어두워지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숙제가 보인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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