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려 로봇, ‘기능’에서 ‘관계’로…성장의 열쇠는 기억과 데이터다

중국의 반려 로봇 실험, 한국 시장에도 ‘이동형 관찰+AI 분석’ 시사점

3365억 위안 반려동물 시장, 신규 수요보다 기존 반려동물 관리 정밀화로 이동

반려동물 시장 저성장 속 이동형 관찰·AI 분석 수요 부상

중국 반려 로봇 시장이 단순한 스마트 기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반려동물의 움직임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이동형 관찰 로봇이 성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용자와 장기간 상호작용하는 감성형 동반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두 시장은 대상과 사용 목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필요할 때 작동하는 기계’에서 ‘사용자의 생활 맥락을 기억하는 서비스’로 로봇의 가치를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반려동물 산업은 이제 단순히 반려동물의 수가 늘어나는지만으로 성장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아시아 반려동물 산업 데이터 기관인 야충연구원(亚宠研究院)이 202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반려동물 소비시장은 2026년 약 3365억 위안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4.3% 수준이다.

 

중국에서 반려동물 관찰 로봇과 감성형 AI 동반 로봇이 각각 반려동물의 일상 관리와 사람의 정서적 교감을 지원하며, 기능 중심의 하드웨어에서 지속적인 관찰·기억·상호작용을 제공하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지=AI생성

 

개와 고양이 수도 2026년 약 1억8900만 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증가율은 1% 안팎에 그친다. 시장이 ‘반려동물 수의 증가’보다 기존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 확대와 세분화된 서비스 수요에 기대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불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반려동물 관리·관찰 로봇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는 카메라’에서 ‘찾아가는 로봇’으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피커팡(皮克方)이다. 피커팡은 안면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상장사 베이스다커(贝仕达克)가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브랜드다. 2023년 첫 제품은 자동으로 반려동물을 촬영하는 카메라에 가까웠지만, 이후 제품의 핵심 기능을 이동형 모니터링으로 재정의했다. 고정된 위치에서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집 안을 이동하며 반려동물을 찾고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다. 반려동물용 고정형 카메라의 가장 큰 한계는 카메라가 보지 못하는 공간이 생긴다는 데 있다. 고양이가 소파 밑이나 침대 아래로 들어가면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이동형 로봇은 이 문제를 제품의 핵심 가치로 끌어올렸다. 피커팡은 여기에 AI 반려동물 관찰 보고서를 결합했다. 반려동물의 식사와 배설, 활동, 이상 행동 등을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피커팡 측은 이 기능을 이용하는 앱의 일일 활성 이용자가 2만~3만명이며 하루 평균 접속 횟수가 4~5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 측 설명인 만큼 전체 시장의 일반적인 이용 패턴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지만, 로봇의 가치가 단순한 영상 전송에서 행동 분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격대도 기능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피커팡은 400~700위안의 기본형에서 700~1000위안대 제품, 1000~2000위안대 고급형까지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다. 고급형으로 갈수록 자동 추적과 야간 촬영, 장애물 회피, AI 관찰 보고서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로봇이 얼마나 사람처럼 보이느냐가 아니다. 반려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려주느냐가 구매 이유가 된다.

 

명절 수요가 보여준 ‘분리 불안’이라는 시장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여기에 독특한 계절성이 더해진다. 긴 연휴에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나는 반려인이 늘면서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장기간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톈마오(天猫) 데이터를 인용한 중국 매체 톈샤왕상(天下网商)에 따르면 2026년 춘절 직후 요우지(有迹)의 톈마오 매장은 2월 매출이 전월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반려동물 동반 로봇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는 중국의 반려 로봇 시장에서 ‘분리 불안’이 단순한 감정적 표현을 넘어 실제 소비를 만들어내는 수요라는 점을 보여준다.

 

요우지(有迹)는 주방 소형가전 OEM 사업을 해온 야룬궈지(亚伦国际)의 공급망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용품 시장에 진입한 사례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낮은 가격대의 이동형 제품에 먼저 담은 뒤 AI 기능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6년 춘절 기간 반려동물 동반 로봇 주문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장기 휴가가 하나의 판매 시즌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확인됐다. 다만 해당 수치는 업체 측 설명에 기반한 것으로 전체 시장의 성장률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중국 반려 로봇 시장의 특징은 여기서 드러난다. 소비자는 처음부터 ‘AI 로봇’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집을 비웠을 때 반려동물을 확인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로봇을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감성형 로봇’이 등장한다. 반려동물 관리 로봇이 기존에 존재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장치라면, 감성형 동반 로봇은 존재하지 않던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제품에 가깝다. 2026년 초 베이징 루이훙(北京瑞宏)이 선보인 AIYA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화사에 따르면 AIYA는 약 160㎜ 크기에 무게 500g의 소형 로봇으로,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습관에 맞춘 응답을 제공하는 것을 제품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인민일보가 전한 출시 자료에서는 AIYA의 사전 예약 물량이 1만2000대를 넘어섰으며, 1499~1999위안의 가격으로 2월 말 시장 사전판매를 계획했다고 소개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네 가지 성격 유형도 제시했다.  

 

AIYA의 차별점은 하드웨어 크기보다 제품의 서사에 있다. 사용자가 이름과 성격을 정하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로봇이 사용자의 선호와 습관을 기억한다는 구조다. 신화사는 이를 ‘성장형 디지털 생명 파트너’로 소개하며 장기 기억과 눈빛·조명·동작·음성 등을 결합한 감정 표현을 강조했다. 알리윈(阿里云)과의 협력도 발표했다. 다만 ‘성장’이나 ‘디지털 생명’이라는 표현은 제품을 설명하기 위한 기업 측의 표현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반려동물 관리 로봇과 감성형 동반 로봇이 만난다. 하나는 반려동물의 행동을 기억하고 분석하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의 대화와 취향을 기억하는 로봇이다. 대상은 다르지만 두 제품 모두 장기적인 상호작용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제품 가치의 일부로 만들고 있다.

 

이제 하드웨어 경쟁에서 ‘기억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중국 반려 로봇 산업의 경제적 의미를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가전제품의 사업 모델은 제품을 판매하는 순간 상당 부분 완성된다. 그러나 로봇이 사용자의 행동과 반려동물의 생활 패턴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일 어떤 시간에 반려동물이 움직이는지,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었는지,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반복하는지, 어떤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 제품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진다. 피커팡이 강조하는 고양이 얼굴 인식도 같은 맥락이다. 피커팡 측은 동일 품종의 고양이를 구분하기 위해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했고, 약 3년간 정확도를 높여왔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얼굴과 행동을 구분하는 데이터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기술 자체보다 사용자가 실제 환경에서 축적해준 데이터의 시간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향후 경쟁은 모터와 카메라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드웨어 원가를 낮추면서도 사용자의 이탈을 막고,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다만 업계 자료에서 제시된 ‘구독 서비스 매출 비중이 2025년 19%에서 2026년 31%로 상승했다’는 수치는 이번 확인 과정에서 신뢰할 만한 원출처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중국 반려 로봇 산업 전체의 공식적인 수익모델 변화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 시장의 저성장이 오히려 기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반려동물 산업의 저성장은 역설적으로 로봇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26년 중국 반려동물 소비시장은 3365억 위안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률은 4.3% 수준이다. 개와 고양이의 증가 속도 역시 둔화됐다. 반면 1마리당 지출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국 도시 반려동물 소비시장 규모는 3126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더 많은 반려동물’을 확보하는 것보다 ‘한 마리의 반려동물에게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만드는 제품’이 중요해진다. 2025년 중국 반려동물 업계 자료에서도 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이 주요 소비층으로 나타난다. 90년대생 비중은 42.7%, 2000년대생은 26.3%로 집계됐다. 두 세대를 합치면 약 69%다. 

 

이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한다는 해석을 지나치게 일반화할 필요는 없지만, 반려동물의 건강·안전·일상 관리에 지출하는 소비자가 젊은 세대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과거 입양된 반려동물이 고령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찰과 건강관리 수요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로봇은 단순한 ‘외출 중 감시 장치’에서 행동 변화와 이상 징후를 확인하는 생활관리 도구로 역할을 넓힐 수 있다.

 

경쟁의 다음 단계는 ‘로봇의 모양’이 아니다. 현재 중국 시장에는 기술 스타트업과 가전업계에서 넘어온 기업, 기존 반려동물용품 기업과 대형 플랫폼·가전 기업 등이 동시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하드웨어 가격 경쟁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차별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는 데이터다. 반려동물의 얼굴과 행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는지가 중요하다.

둘째는 사용 빈도다. 로봇을 한 번 구입한 뒤 서랍 속에 두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앱을 열고 로봇과 상호작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공급망이다. 이동형 로봇은 카메라와 센서, 모터, 배터리, 통신 모듈 등을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와 생산 안정성이 사업 지속성을 좌우할 수 있다.

넷째는 규제 대응이다. 감성형 로봇일수록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대화 데이터, 음성 데이터, 정서적 의존 문제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중국은 이미 이 문제에 제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등 5개 부처가 발표한 ‘인공지능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관리 잠정방법(人工智能拟人化互动服务管理暂行办法)’은 2026년 7월 15일부터 시행됐다. 이 규정은 인간의 성격 특성이나 사고방식, 소통 방식을 모방해 지속적인 정서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며, 개인정보와 이용자 상호작용 데이터 보호, 과도한 의존과 중독 위험에 대한 관리 등을 요구한다. 중국국가재정위원회

 

특히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과도한 의존이나 몰입을 방치하지 않도록 하고, 이용자에게 AI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의 보호조치를 요구한다. 이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로봇’을 만드는 기술 경쟁이 곧 ‘얼마나 사람처럼 느끼게 해도 되는가’라는 규제 문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실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한국도 1인 가구 증가와 반려동물의 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중국과 유사한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장 구조는 다르다. 중국에서 반려동물 동반 로봇의 판매가 춘절·노동절·국경절 같은 장기 연휴와 강하게 연결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명절뿐 아니라 출퇴근, 출장, 여행, 야간 돌봄 등 일상적인 부재가 주요 사용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중국 제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보다는 ‘이동형 관찰+AI 분석’이라는 제품 구조를 국내 생활환경에 맞게 재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의 이름에 ‘AI’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어떤 순간에 돈을 지불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반려동물 로봇에서는 ‘AI가 반려동물과 대화한다’보다 ‘집을 비운 사이 반려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가 먼저였다. 감성형 로봇에서도 ‘인공지능이 감정을 표현한다’는 기술 설명보다 ‘사용자가 자신의 습관과 이야기를 기억해주는 존재를 원한다’는 경험이 핵심이 될 수 있다. 

 

결국 중국 반려 로봇 시장의 변화가 보여주는 것은 로봇의 인간화 자체가 아니다. 기계가 사용자의 삶에서 어떤 반복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맥락을 축적할 수 있는가다. 반려동물 관리 로봇은 ‘보이지 않는 반려동물을 찾아주는 기능’에서 출발했고, 감성형 로봇은 ‘사용자를 기억하는 기능’에서 출발했다. 두 시장이 장기적으로 만나는 지점에는 데이터와 기억, 그리고 지속적인 사용 경험이 있다.

 

로봇 산업의 다음 경쟁은 더 사람처럼 생긴 기계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정확하게 이해하며, 사용자가 다시 찾게 만드는가가 사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반려 로봇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능에서 관계로의 이동’은 바로 이 변화의 초기 장면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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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07 14:38 수정 2026.10.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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