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쏜살같이 뛰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마지막 입장객이었을 겁니다.
내돈내산 교향악 연주회는 처음이라 설레면서도 아름다운 화음이 귀에 잘 들어올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십여 분 전, 저는 음악과는 극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딴 세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노한 고객의 가시박힌 목소리를 무려 3시간 넘게 듣고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것입니다.
적의를 품은 표정과 목소리를 듣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게다가 무시와 조롱까지 섞여 있게 마련이라 영혼까지 털려버린 느낌마저 들었지요.
그렇게 고객과 3시간이 넘도록 씨름하다가 숨 돌릴 틈도 없이 하이든의 첼로협주곡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음악의 힘이었을까요?
놀랍게도 교향악단의 연주 소리에 곧바로 몰입되었습니다.
위압적이고 격앙된 고객의 목소리가 잔상으로 남아 연주회 감상을 방해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춘천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연주도 좋았지만, 협연자로 나선 “평창 대관령 음악제” 예술감독인 양성원 첼리스트의 연주도 멋졌습니다.
첼로 소리는 물론이고, 연주자가 입고 있던 코트, 손수건, 표정, 눈짓, 몸짓마저 초보자의 눈에는 황홀했습니다.
부끄럽지만 귀보다 눈이 호사를 누린 셈이지요.
연주회가 끝나고 클래식 애호가인 후배에게 A급 음반과 C급 실황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었습니다.
후배는 오디오만 받쳐주면 음반 소리가 더 좋다고 말했지만, 초심자인 저는 눈과귀, 몸이 호강하는 실황 연주가 더 좋았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오늘 제가 경험했던 이질적인 두 세상(분노한 고객과 첼리스트)을 다시 되새겨보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분노와 화음, 적의와 조화, 전쟁과 평화, 고통과 기쁨이 얼굴을 바싹 맞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부조리한 일상을 묵묵히 받아내며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오늘 저는 분노의 소리에 음악이 짓눌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취해 분노한 고객의 존재를 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제 일상에는 음악도 있고, 분노한 고객도 있었습니다. 고통도 찾아왔고, 기쁨도 느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이고, 현실적인 삶의 모습입니다.
고통과 기쁨을 오가는 일, 고통과 기쁨이 교차하는 일상이야말로 바로 제가 살아가야 하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라는 현타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치열하게 산 셈입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지만 그 ‘오늘’과 ‘나’에게 고마웠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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