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N엔터스타뉴스ㅣ로이정 기자]
지글지글 달궈진 번철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부침 소리와 구수한 기름 냄새는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가장 따뜻한 정서적 기억이다. 기쁜 날의 잔칫상과 명절, 비 오는 날의 주막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음식 ‘전(煎)’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나눔과 화합을 상징하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다.

역사적으로 ‘전’은 신석기·청동기 시대 곡물을 가루 내어 번철에 지져 먹던 원초적 조리법에서 태동했다. 고려시대를 거쳐 유교적 의례가 정착된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궁중 연향과 제례는 물론, 일반 서민의 대소사에 빠질 수 없는 핵심 음식으로 체계화됐다. 고기, 생선, 채소, 버섯 등 산해진미의 식재료를 밀가루와 달걀물에 버무려 기름에 지져내는 전은 각기 다른 재료들이 반죽 안에서 하나의 온전한 맛을 이루어내는 ‘화합(和合)’의 정수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궁중의 전유어(煎油魚)부터 장마철 녹두를 갈아 이웃과 넉넉히 나누던 빈자떡(빈대떡), 파전과 메밀전병에 이르기까지, 전은 척박한 시절에도 서로를 배려하고 온정을 나누던 공동체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현대 생활에서 전은 바쁜 일상 속 휴식과 낭만을 잇는 정서적 매개체로 진화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닮은 부침개 소리에 파전과 막걸리를 곁들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나누는 풍경은 한국 고유의 미식 힐링 코드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현대 식문화 속 ‘전’은 K-푸드의 글로벌 외연을 넓히는 가장 강력한 잠재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해물파전과 김치전, 야채전이 ‘코리안 사보리 팬케이크(Korean Savory Pancake)’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현지 로컬 식재료와 유연하게 결합하는 전의 특성은 세계 미식 시장에서 한식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가치를 품고 오는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수원 만석공원에서 펼쳐지는 ‘2026 전국 전 축제(경기도민의 잔칫날)’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번 축제는 경기 팔도 전 주막길을 통해 전국 각지의 우수한 농수축산물과 지역 고유의 조리법을 집대성하며, 일본과 이탈리아 등 글로벌 부침 문화를 결합한 ‘세계의 전’, 경기도 명품 전통주를 잇는 페어링 존을 통해 전통의 현대적·세계적 확장을 꾀한다.


‘2026 전국 전 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의 한계를 넘어, 잊혀가는 잔치 문화의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고 ‘전’을 세계적인 K-푸드 킬러 콘텐츠로 브랜딩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국의 식도락가와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이번 10월의 잔치는 지글지글 피어나는 부침 소리 속에서 대한민국의 맛과 멋, 그리고 미래 문화의 경쟁력을 동시에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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